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강남역 5 번 출구 그늘진 골목, 3 개월 살며 깨달은 비즈니스 호텔의 민낯

강남역 근처 오래된 비즈니스 호텔 복도와 방 안의 낡은 가구 분위기

사실 이 글을 쓰려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조차 귀찮아서 며칠을 망설였다.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화려한 추천 리스트나 인스타그램 감성 사진 따위는 내 취향이 아니니까. 그냥 내가 3 개월 동안 강남역 5 번 출구에서 도보 3 분 거리, 정확히 말하면 '테헤란로 12 길' 쪽 골목에 위치한 어떤 비즈니스 호텔에 박혀 살면서 겪은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찌질한 현실을 털어놓으려 한다.

처음 체크인했을 때 받은 키 카드의 마그네틱 선이 이미 살짝 죽어있었다. 방 번호 402 호. 문을 여는 순간 코를 찌른 것은 새집증후군도, 고급 아로마 향기도 아닌讴歌할 수 없는 묵은 곰팡이 냄새와廉价 향수 가 섞인 특유의 폐쇄된 공기였다. 창문을 열려니까 바로 앞 빌딩 외벽이 시야를 가려서 햇빛이라고는 오후 2 시가 돼야 간신히 한 줄기 들어오는 구조였다.

## 소음과 진동의 연속

밤 11 시만 되면 윗층 502 호에서 뭔가를 끌어당기는 소리가 Floors 를 타고 고스란히 전달됐다. 마치 무거운 철제 서랍장을 미끄러뜨리는 듯한 그 날카로운 마찰음. 처음에는 공사인 줄 알았다. 하지만 3 일 째 되던 날, 복도 CCTV 사각지대에서 술병을 든 중년 남자가 비틀거리는 걸 목격하고는 짐작이 갔다. 방수 처리가 제대로 안 된 욕실 타일 사이로 검은 곰팡이가 피어오르는 걸 보며 나는 묘한 연민과 혐오감을 동시에 느꼈다.

가장 기억에 남는 건 2 개월 차에 겪은 정수기 고장 사건이었다. 어느 날 아침 물을 받으려는데 기계에서 'ERR-04'라는 뜬금없는 에러 코드만이 점멸하고 있었다. 프런트에 전화했더니 "기사님이 내일 온다"는 무심한 답변뿐. 그날 나는 편의점에서 생수 2 리터짜리 5 팩을 사서 방까지 나르느라 허리디스크가 도지는 줄 알았다. 그런 사소한 절망들이 쌓여서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렸다.

사람들은 강남 비즈니스 호텔이라고 하면 깔끔하고 효율적인 공간만 상상한다. 하지만 내가 90 일 동안 마주한 현실은 녹슬어가는 손잡이, 제대로 잠기지 않는 욕실 문, 그리고 매일 밤 변하는 와이파이 신호 강도였다. 어떤 날은 5Mbps 까지 떨어지더니 또 어떤 날은 아예_DISCONNECT_ 되어버리기도 했다.

결국 3 개월 만에 나는 그곳을 나왔다.退房 하는 날, 프런트 직원은 아무 말 없이押金만 돌려줬을 뿐이다. 특별한 위로나 사과도 없었다. 그저 그런 도시의 단면 하나가 나의 기억에서 지워질 뿐이었다. 지금도 강남역을 지날 때마다 그 골목 어귀를 보면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답답해진다. 이게 진짜 강남 비즈니스 호텔의 민낯이 아닐까 싶다. 화려함 뒤에 숨겨진,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 눅눅한 진실 말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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